의원 오래할수록 게으름뱅이?

입력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을 오래 하면 바보 또는 게으름뱅이가 된다?”

공직경험과 의회경력도 의정활동 성적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훌륭한 인재(人才)가 국회에 들어가더라

도 점차 둔재(鈍才)로 변한다는 의미로, 그만큼 대한민국 의회문

화가 심각하게 왜곡됐다는 점을 입증한다.

문화일보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는 공직경험 및 의회경

력이 의정활동 성적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기 위해 16대

국회의원들을 유형별로 나눠 각각의 성적을 비교해봤다. 의원들

은 공직경험 유무와 선수에 따라 ‘아마추어형(공직경험 없는 초

선·60명)’, ‘단계형(공직경험 있는 초선·48명)’, ‘의회형

(공직경험 없는 다선·93명)’, ‘경력형(공직경험 있는 다선·6

4명)’ 등 4개군으로 분류했다. 공직경험과 의회경력까지 갖춘

‘경력형’이 가장 높은 성적을 얻고 ‘의회형’과 ‘단계형’,

‘아마추어형’이 뒤를 이어야 이치에 맞다.

하지만 실제 평가결과는 판이했다. ‘단계형’이 종합평점 평균

73.2점으로 1위를 기록한 반면 ‘경력형’은 평균 71.7점으로 ‘

아마추어형(72.3점)’보다도 낮은 성적을 거뒀다. 4가지 유형중

가장 많은 의원이 포진한 ‘의회형’은 평균 70.0점에 그쳐 ‘전

업 정치인’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줬다.

정당별로 보면 한나라당은 ‘단계형(74.2점)’, 민주당은 ‘경력

형(74.7점)’, 우리당은 ‘아마추어형(75.2점)’, 자민련은 ‘의

회형(69.0점)’이 다른 유형의 의원에 비해 높은 종합평점을 받

아, 의정활동 면에서도 각당의 주력군에 차이가 나타났다.

KSDC 김형준 부소장은 이와 관련, “전문성과 경륜까지 갖췄다는

다선의원들이 공직경험도 없는 아마추어 정치인만도 못한 성적

이 나온 것은 우리 의회문화의 저급한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다”고 꼬집었다. 김부소장은 “각 상임위 소위를 활성화시켜 재

선이상 의원들이 각자의 전문능력을 적극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의회문화의 왜곡은 다른 곳에서도 발견됐다. 전문가적 자질을 통

해 지역구 의원의 부족한 분야를 보충해야 할 비례대표 의원의

성적이 지역구 의원만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구 의원 224

명의 종합평점이 평균 72.0점을 기록한 반면 비례대표(41명) 의

원들은 평균 69.3점을 얻는데 그쳤다. 종합평점에서 낙제점(F등

급)을 받은 의원비율도 지역구 의원은 2.7%(224명중 6명)에 불과했

으나, 비례대표 의원은 그 4배인 12.2%(41명중 5명)에 달했다.

이는 전문가 영입에 활용돼야 할 비례대표제가 각 당의 ‘공천

장사’나 당의 이미지제고용 ‘얼굴마담’으로 악용돼왔음을 입

증한다. ‘국회의 정책전문성 강화’를 명분으로 정치권 일각에

서 제기되는 비례대표 증원 주장도 투명한 비례대표 선발 시스템

구축이 전제되지 않는 한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

된 셈이다.

오남석기자 greentea@munhwa.co.kr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정치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