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한나라당, 진보=열린우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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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민이 생각하는 정당별 이념적 성향… 민주당은 ‘다소 보수적인’ 이미지로 인식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이번 ‘한겨레21-KSDC 공동조사’ 응답자들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 정당들의 이념적 성향은 어떨까. 각 정당이 표방하고 있는 이념적 성향과는 다소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5점 척도(1:매우 보수, 2:다소 보수, 3:중도, 4:다소 진보, 5:매우 진보)로 측정한 정당별 ‘이념 점수’에서는, 한나라당(1.86)을 가장 보수 색채가 짙은 정당으로, 열린우리당(3.50)을 가장 진보 색채가 짙은 정당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민련보다 한나라당, 민노당보다 우리당 자민련이 2.09로 ‘원조’ 보수당 자리를 한나라당에 내준 것과,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부유세 도입을 주장하고 올 들어 이라크 추가파병 논란 와중에는 유일하게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던 민주노동당이 3.47로 ‘이미지’ 면에서는 열린우리당과 큰 차별성을 보이지 않은 것은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민주당은 2.40으로 나타나 이번 조사의 응답자들이 ‘다소 보수적인’ 정당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우선 지난 대선에서 독자적인 후보를 내지 못한 자민련의 경우, 이념적 경향성을 지닌 정당이라기보다는 지역정당 이미지가 응답자들에게 더 강하게 인식됐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노동당은 꾸준히 인지도와 지지도를 높여가고 있음에도 원외정당이라는 한계 때문에 자신들의 정책적 이미지를 널리 알리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었을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민주당이라는 한 뿌리에서 나와, 지난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으로 갈라진 두 당의 이념 점수다. 두 당 모두 김대중 정권을 정책적으로 계승하고 있고 실제 두 당 관계자들도 정책적 차별성은 뚜렷하지 않다고 입을 모으지만 열린우리당은 가장 진보적인 정당으로,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정당으로 평가됐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이념점수 차이가 0.54인 데 반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격차가 1.1로 벌어진 것을 보면, 이번 여론조사 응답자들은 민주당이 열린우리당보다 한나라당과 이념적으로 가깝다고 인식하는 셈이다. 여기에는 한·민 공조에 따른 후유증, 열린우리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령층이 높은 민주당 지도부의 이미지 등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이념조사가, 응답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보수와 진보의 개념이 무엇이냐는 것과는 별개로 각 정당에 던져주는 시사점은 분명해 보인다.

우선, 한나라당은 지나친 보수 편향에서 탈피하지 못하고서는 지지층을 넓히기 힘들다는 점이다. 실제 이번 조사결과, ‘체제와 상관없이 민족적 차원에서 북한 지원은 가능한 한 많이 해야 한다’는 견해에, 한나라당 지지층의 42.5%(적극 찬성 11%, 대체로 찬성 31.5%)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한나라당에 유연한 자세 주문 이번 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 의사를 밝힌 12.1%(대선 직후 한나라당 지지율은 30% 안팎)가 불법 대선자금 수사 여파와 서청원 의원 석방 결의안 파문 등으로 지지층 상당수가 이탈한 뒤 남은 ‘핵심 지지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가운데서도 대북 지원과 관련해 한나라당의 유연한 태도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결코 적지 않은 것이다. 최근 남경필·원희룡 의원 등 소장파들이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관련해 ‘대북정책 전향적 검토’ 등을 주장하고 나선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이번 조사에서 ‘한반도 안보 문제와 관련해 우리와 의견이 다르더라도 우방인 미국의 의견을 따르는 편이 낫다’는 견해에는, 한나라당 지지층의 60.3%(적극 반대 21.9%, 대체로 반대 38.4%)가 반대했다.

한나라당이 김용갑·정형근 의원 등 영남 중진들의 ‘수구보수’ 이미지가 도드라져 손해를 보고 있는 반면, 열린우리당은 실제 정책적 입장보다는 ‘진보’쪽으로 이미지가 과대포장돼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형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부소장은 “열린우리당의 이념점수인 3.5도 실제보다 높은 측면이 있는데, 스스로를 매우 진보적이라고 여기는 쪽은 4.0, 다소 진보적이라고 여기는 쪽은 3.59로 이념점수를 매겨 자신들의 이념 성향과 가깝다고 보고 있다”며 “이는 열린우리당이 정책 면에서 뒷받침하지 못할 경우 지지층 이탈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진보’에 대한 이미지 조사에서 개혁·변화(31.3%), 발전(25.3%) 등 긍정적인 단어를 떠올린 응답자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최근 불거진 롯데그룹의 불법자금 유입과 ‘불법 선거운동 분야 1등 정당’ 등은 치명적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조사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대목은 전체 응답자가 매긴 정당별 ‘이념점수’와 각 정당의 지지자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을 평가하는 데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한나라당 지지자들이나 다른 정당의 지지자들이 보수적이라고 보는 데 큰 차이가 없었으나,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은 상대당을 평가하는 시각차가 컸다.

열린우리당이 정책적 뒷받침 못하면… 즉, 민주당 지지자들은 민주당의 이념적 이미지에 대해 중도(37.5%)→다소 보수(34.0%)→다소 진보(24.7%) 순으로 답했으나,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은 같은 항목에 다소 보수(43.1%)→중도(27.3%)→매우 보수(20.4%) 순으로 답했다. 또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은 열린우리당의 이념적 이미지에 대해 다소 진보(48.4%)→매우 진보(25.1%)→중도(19.0%) 순으로 답했으나, 민주당 지지자들은 다소 진보(42.6%)→중도(29.9%)→매우 진보(18.8%) 순으로 답했다.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은 민주당이 열린우리당에 비해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열린우리당이 더 진보적 성향을 띠는 것은 인정하지만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이 생각하는 만큼은 아니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도 ‘편향’을 싫어하는 우리나라 유권자들의 성향이 그대로 나타났다. 응답자 가운데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다소 보수적”이라는 응답률이 48.6%로 가장 높았지만, 다른 정당 지지자들은 스스로를 “중도”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심지어 민주노동당 지지자들도 “중도” 비율이 44.5%로 가장 높았다. 물론, 각 정당의 지지층이 생각하는 진보·중도·보수에 대한 개념차는 감안돼 있지 않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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