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조간] 월선 보도하면 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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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어제에 이어 6.13 선거날 북한의 '특이 동향'을 머릿기사로 다뤘다. 다른 일간지들이 주로 새 국회의장으로 취임한 박관용씨에 대해 보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조선일보>는 북 경비정 1척이 북방한계선을 4마일이나 침범했으나 작전사령부에서 단순침범으로 결론내렸다고 보도하면서 허위발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3면에는 '군 정보 소식통'의 말을 빌려 북 경비정의 침범을 본격적 도발을 앞두고 우리측 반응을 떠보기 위한 '예비도발'로 간주하고 "6. 13일이 지방선거 날이었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바로 옆면(2면)에서는 '정부의 괴이쩍은 대북 침묵'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어 "이번 조사에서 명백히 확인된 것은 북한의 선제공격이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계획적이고 의도적이었다는 사실"이라면서 3면의 '의문'을 '사실'로 확정지었다.

급기야 오피니언면(6면) '조선데스크' 란에서 최보식 사회부 차장대우는 "우리 어선의 월선을 먼저 문제삼은 쪽은 도발 당사자인 북한의 평양중앙방송이 아니었다...(중략)...국방부에서 우리 어선이 '북방한계선' 아래 어로저지선도 넘은 적이 없다고 거듭 확인을 해줬음에도, 여기에 집착하고 미련을 못 버리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라고 질문하며 어선 월선을 보도한 '문화방송(MBC)·한겨레신문 등 일부 언론'들을 질책했다.

더 나아가 최 차장대우는 "설마 현 정권의 편에 서서 햇볕정책을 무리하게 지키기 위해 그렇게 했을까. 국제사회에서 외면받는 김정일 정권을 변호하는 게 '정의'라고 이들이 결코 착각할 리는 없다고 본다"며 비꼬고 있다.

시론(7면)에서는 '이적성문화'라는 신조어도 등장한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적성문화'를 '적을 이롭게 하는 속성의 문화'로 정의하고 구체적으로 '적임에도 불구하고 적을 적으로 인식하거나 다루지 못하게 하는 문화', '적에 대한 적개심 및 전쟁의지를 약화시키는 문화', '적의 도발에 의한 전쟁의 징후들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의 도발의지를 간과 혹은 무시케 하는 문화' 등으로 구분했다.

송 연구위원은 "국방안보 분야에 이적성문화가 상당히 침투되어 있다"면서 그 단적인 예로 주적을 두고 주적의 반응이 두려워 주적이라고 표기조차 못하는 현상을 들었다. 시론에 따르면 서해교전의 참변 역시 '적을 다루는 인식 부족' 및 '적도발징후 간과'라는 이적성문화의 영향이며 김정일을 상대로 한 햇볕정책이 줄기차게 계속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이적성문화의 결정체다.

<조선일보>의 머릿기사와 종합면 기사, 사설 및 시론을 종합해 보면 북한은 호시탐탐 우리의 반응을 살피며 도발을 준비하고 있으며 어선 월선을 다룸으로써 북한에 대한 적개심을 약화시키는 '일부 언론'은 모두 '이적성 언론'인 셈이다. 다른 일간지들이 모두 외면한 철지난 분단 이데올로기가 <조선일보>에선 언제까지 유효할 지 궁금해진다.

한편 <대한매일>은 KSDC와 함께 진행한 대선예비후보 지지율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회창·노무현 후보는 물론 아직 대선에 나서지 않은 정몽준 의원, 박근혜 의원에 대한 지지율도 함께 조사됐다.

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에 대한 '절대적 지지층'은 19.9%, '절대반대층'은 16.3%로 나타났다. 노 후보의 절대적 지지층과 절대적 반대층은 각각 12.3%, 21.5%로 조사됐다.

다음은 9일자 주요일간지의 초판 1면 머리기사.

<한겨레> 국회의장에 박관용씨

<국민일보> 국회의장 박관용씨

<경향신문> 새 국회의장 박관용씨

<세계일보> 환율 1200선 붕괴

<대한매일> 절대지지층 昌 19.9% 盧 12.3%

<한국일보> 국회의장 박관용씨

<조선일보> 북함정, 6.13 선거날 NLL침범/해군 '특이동향' 보고했다

<동아일보> 새 국회의장 박관용씨

<한국일보>는 최근 미군장갑차 여중생 압사사건이나 서해교전, 월드컵 관련 내용 등을 둘러싼 인터넷 유언비어에 대해 다루고 있다. '내가 봤다'는 목격담이나 신문기사로 위장된 글들이 떠돌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축구팀의 '오노 세리모니'에 분개한 미군 운전병의 고의 사고설, 대학축구협회의 히딩크 제고 음모론, 독일대표팀 약물복용설 등이 진짜보다 솔깃한 대표적 인터넷 유언비어 등등.

"최근 자신 이름을 달고있는 '가짜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는 '모 일간지 한 기자'의 일화로 기사를 시작한 것이 흥미롭다.

<한겨레>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조사활동 마감시한(9월 16일)을 앞두고 관련 조사대상 기관의 협조 거부로 벽에 부닥쳐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교도소와 보안감호소 안에서 벌어진 장기수 전향공작 등과 관련된 의문사에 대해 당시 공작을 담당했던 중앙정보부 직원의 인사기록카드와 사망자의 인물존안카드 제출을 거부했다.

경찰이나 기무사 역시 "국정원의 보안감독을 받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음은 사회면 머리기사

<국민일보> 북한돕기 '교전 먹구름'

<동아일보> "나를 버린 희생정신"

<대한매일> '환경 지킴이' 운동 확산

<세계일보> "교육부가 高入試(고입시) 부활 조장"

<한국일보> 인터넷 유언비어 / 진짜보다 더 솔깃

<경향신문> 학교 에어컨 / 찬조금 기승

<한겨레> '벽에 갇힌' 의문사규명위

<조선일보> 우리집은 / 초미니 / 발전소

권박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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