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정당보다 의회권위 바로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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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가 출범한 이후 처음 실시하는 국정감사에 국민이 거는

기대가 매우 큰 것 같다. 그러나 국정감사 과정을 지켜 본 국민

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졸속감사, 위압적 감사, 형식

적 감사, 그리고 정파적 감사 등으로 점철돼 온 과거의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회의 행정부 감사기능은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위한 기본 기능

이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정치의 핵심적 개념을 뒷받침

하는 매우 중요한 기능이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의회의 권

위는 행정부에 대한 견제를 어느 정도 잘 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런 의미에서 17대 국회의 감사기능이 어느 정도 인지를

객관적으로 점검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이러한 노력은 한

편으로는 국민의 알 권리에 부응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회의원

에게 보다 나은 의정할동과 국정감사를 위한 기본 자료를 제공할

것이다.

조사 결과 의원들의 국정감사 전반에 대한 평균점수는 100점 만

점에 75.5점(C학점)으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이는 16대 국회

첫 국정감사의 평균점수(75.4점)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초선, 재선 그룹이 4선 이상 그룹에 비해 다소 높게 나타났다.

이는 다선 의원일수록 과거 잘못된 관행에 젖어 있기 때문이 아

닌가 싶다.

또한 연령이 낮을수록, 남성에 비해 여성이, 개혁세력인 민노당

과 우리당이 보수세력인 한나라당과 자민련보다 높은 점수를 받

고 있다. 17대 국회의 특징인 젊은 층과 여성, 진보세력의 약진

그리고 의석수의 여대야소현상을 긍정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

로 보인다.

불행하게도 한국의 의회는 집단으로서의 권위가 땅에 떨어져 있

다. 대부분 여당 의원들은 정부안에 대해 무조건 찬성 입장, 야

당 의원들은 무조건 반대 입장에 서서 서로를 비난한다. 그리고

당론이라는 태풍 속에서 의원 개개인의 양심적인 판단은 흔히 무

시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원들의 감사활동은 한계를 가질 수밖

에 없다. 한국 민주주의의 성패는 허구적인 정당의 권위보다는 의

회와 국회의원들의 권위가 강화되는 데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이

번 조사 결과가 한국 의회 민주주의의 발전에 일조하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Korean Social Science Data Ce

nter)는 정치학 언론학 사회학 등 사회과학분야 교수들이 97년에

설립한 교육부 산하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학술연구에 필요한

사회조사를 실시하고 국내외 통계 및 여론조사 자료를 데이터베

이스화해 웹 상에서 제공한다.

이남영교수/숙명여대 정외과·김형준교수/국민대 정치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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