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수사'와 '대장동게이트'의 '같은 점 다른 점'

검찰 손에 달렸다 … 대선 5개월 전 유력후보 수사

2021-10-06 13:00:45 게재

당선 유력 이명박 면죄부, 이재명은?

"국정농단 후 '선택적 수사' 어려워져"

국민 관심 높고 경찰과 수사경쟁 구도

이재명측 "이 지사 겨냥, 이상한 기류"

3.9 대선까지 무려 5개월이 남았다. 여당 내부에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여당 대선후보로 정해질 가능성이 확실한 가운데 '대장동게이트'의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불확실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장동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의 기류마저 흐르고 있다.

2007년 대선 5개월 전부터 수사가 시작된 이명박 후보에 대한 'BBK 수사'와 같은 듯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이 후보는 13년 후에 유죄로 나올 사건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로 결론 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포즈 취하는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5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OBS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 참석한 이낙연(왼쪽부터), 추미애, 이재명, 박용진 후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6일 이재명캠프 핵심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이재명 지사를 겨냥한 듯 들어오고 있다"면서 "아직 대선까지는 5개월이나 남아있어 검찰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곽상도 의원 아들 50억원보다 이 지사 측근을 중심으로 수사하는 다소 이상한 수사 기류가 있다"면서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이재명캠프에서는 이 지사가 여당 후보로 확정되면 검찰수사의 칼날이 무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그렇게 녹록한 상황이 아니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검찰이 정무적 판단을 할까 = 14년 전의 BBK사건을 보면 대선 5개월 전인 2007년 7월 6일,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후보의 부동산 은닉 의혹 관련 사건이 서울지검 특수 1부에 배당됐다. 김홍일 중앙지검 3차장과 최재경 특수 1부장이 맡았다. 한 달 여 후인 8월 13일에 검찰은 중간수사발표를 통해 이 후보의 형 이상은씨와 처남 이재정씨가 사고 판 서울 도곡동 땅 매입·매각 대금이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후보는 16일에 기자회견을 열고 "도곡동 의혹, 하늘이 두 쪽 나도 내 땅 아니다"고 부인했다.

같은달 20일에 이 후보(8만1084표)는 접전 끝에 박근혜 후보(7만8632표)를 누르고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후보 결정 이후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이 50%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2위 통합신당의 정동영 후보를 크게 앞질렀다. 그러면서도 선거 한달여 전인 10월말 여론조사(서울신문·KSDC, 10월 27∼28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00명)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에 대해 57.9%가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34.6%였다.

10월 18일 미국 법원이 김경준 전 BBK대표의 한국 송환을 결정하자 검찰은 11월 6일에 최재경 특수1부장을 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팀을 구성했고 18일에 국내로 송환된 김 씨를 구속했다. 대선을 10여일 앞둔 12월 5일에 특수팀은 이명박 후보의 BBK·다스 관련 의혹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을 냈다.

◆검찰에게 중요한 수사 = 당시와는 선거구도가 크게 다르다. 이재명 지사는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지지율 선두를 다투고 있고 3위에는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올라와 있다. 정권교체론이 정권유지론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리서치뷰가 지난달 28~30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 재집권(38%)보다 정권교체(52%)를 원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캠프 핵심관계자는 "이 지사에게 대장동게이트는 매우 큰 악재인데다 그게 아니어도 객관적으로 당선되기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검찰이 처한 환경과 위치가 '정무적 판단'을 감행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무적 판단'은 의혹 당사자의 당선 가능성이 높을 경우 수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거나 미루는 '선택적 수사'를 말한다. 검찰출신 여당 관계자는 "국정농단, 재판거래 사건 이후로 검사가 검사를 기소하고 판사가 판사의 죄를 판결하는 상황을 겪고 난후 검찰이 선택적 수사와 기소를 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면서 "언제든 자신도 기소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원칙대로 수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장동 게이트가 고발사주와 달리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부동산'과 연결된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과정과 결과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돼 있다는 점도 검찰엔 큰 부담이다. 이번 수사를 부실하게 하거나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했을 경우엔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경찰에 넘기는 '검수완박' 여론이 강화될 수 있다.

게다가 '고발사주' 수사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일원화된 데 반해 '대장동게이트'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경쟁에 놓여 있다. 초동수사에서는 경찰이 고개를 숙였다.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 국정감사에서 지난 4월에 FIU(금융정보분석원)가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와 대주주 김만배 씨의 2019년 금융거래에 횡령·배임이 의심된다고 판단, 경찰에 관련자료를 전달했지만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김창룡 경찰청장과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이 여야로부터 강한 질책을 들어야 했다. 반면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을 구속하고 관련자 압수수색과 소환으로 김만배-유동규 녹취록을 확보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당 핵심관계자는 "검찰의 수사 결과에 여당과 야당의 대선 운명이 걸려있다고 할 수 있다"면서 "검찰도 검경수사권 분리와 맞물려 검찰의 운명과 명예가 걸린 수사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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