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1위 했어도 위신 떨어진 고건

입력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본지 차기 대통령 예상 후보 선호도 조사

고 27.8% ‘하락세’, 박근혜·이명박 24.9% ‘쾌속질주’

정당 지지도 한나라 46%, 열린우리 20.3%




다음 대통령 선거에선 한나라당 후보를 찍겠다.” “차기지도자는 여전히 고건.”

당장 내일을 알 수 없이 긴박하게 급변하는 정국 상황에서 ‘뉴스메이커’가 차기 대선구도와 관련한 국민 여론조사를 긴급히 실시한 결과, 매우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뉴스메이커와 여론조사 전문기관 메트릭스 코퍼레이션이 직접 전화인터뷰 형식으로 전국 성인남녀 1014명의 의견을 조사한 결과(조사방법은 박스 기사 참조) 차기 대통령 선호도 조사 결과에서는 고건 전 국무총리가 27.8%로 1위를 차지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은 24.9%로 공동 2위를 기록했다. 표본오차 범위 이내로 추격했다. ‘1강2중’ 구도에서 3파전 구도로 수렴되는 최근의 여론 추이를 반영하고 있다.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6.9%,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3.2%를 얻는 데 그쳤다.


정동영 6.9%, 김근태 3.2% 차지

최근 정치권은 임동원·신건 전 국가정보원장의 구속으로 복잡미묘하게 굴러가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강한 반발과 호남 민심의 추이, 검찰 수사의 방향 등에 따른 정치적 파장이 확산일로에 있다. 한나라당 역시 대선후보 경선 선거인단 구성을 둘러싸고 치열한 당내 갈등을 겪는 등 한 차례의 한파가 지난 뒤다. 전직 국정원장 구속은 ‘DJ의 적통성’을 둘러싼 다툼으로 비화했고, 한나라당 내홍은 세력대결 양상을 띠었다. 이런 파동과 갈등은 내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판도뿐만 아니라 정계개편 등과 직·간접의 상관관계가 있다. 이런 시점에서 이번 여론조사는 의미가 크다.

이번 조사에서도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최근 여론조사 때마다 30% 이상의 지지를 얻었던 고 전 총리 지지도가 20%대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고 전 총리는 다른 차기 대선주자를 압도했다. 지난 7월 26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NS에 의뢰한 조사에서 고 전 총리의 지지도는 35.1%였다. 2위권인 이명박 서울시장(15.1%)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12.9%)를 더블스코어로 앞섰다. 지난 9월 초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 조사에서도 고 전 총리는 20.0%, 박근혜 대표는 15.1%, 이명박 서울시장은 12.7%를 기록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제기돼온 한나라당의 고 전 총리 영입설, 고 전 총리 중심의 정계개편론 등은 이런 여론조사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하지만 격변하는 정국 속에서 정치적 활동에 거리를 두면서 그의 지지도는 답보 혹은 다소 하락 상태에 빠진 것이라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대중적 인지도와 행정경험은 높은 점수를 얻고 있지만 ‘승부사적 기질’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듯 고 전 총리는 최근 들어 조금씩 목소리를 낼 태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김대중 전 대통령(DJ) 방문이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DJ를 찾아 안부를 물었다는 게 고 전 총리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치적 복선이 겹겹이 쌓여 있는 정치적 행위라는 게 정가의 시각이다. 열린우리당 한 의원은 “두 국정원장 구속으로 인해 DJ와 노무현 정부의 관계가 소원할 시점을 택한 것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는 특히 11월 23일 연세대 리더십 강연을 예정하고 있다. 고 전 총리는 이날 강연을 마친 뒤 준비된 일문일답에서 향후 자신의 거취문제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이후의 지지도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 전 총리의 한 측근은 “고 전 총리가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다듬고 있다”고 밝혔다.

과연 연세대 강연이 고 전 총리의 지지도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인가. 고 전 총리의 본격 적 대선행보는 지방선거 전후가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이 측근은 이어 “고 전 총리는 내년 지방선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이 같은 당 소속이라 점이 고 전 총리의 행보를 더욱 다급하게 하고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연구소장은 “고 전 총리의 지지도가 추락한다기보다는 경쟁자인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시장의 지지도가 치고 올라오는 것”이라면서 “문제는 두 경쟁자가 모두 한나라당 후보여서 만일 후보결정이 된다면 (고 전 총리의 지지도는) 한나라당 후보와 상당한 격차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고 전 총리보다는 한나라당의 대표주자 사이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확인됐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지지도가 청계천 개통 효과로 꾸준히 상승해왔으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에 대한 비판 발언 등으로 다소 주춤하는 사이 박근혜 대표가 다시 반전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 계기는 물론 지난 10·26재선거의 완승이다.

이명박 시장 반격하는 박근혜 대표

이로써 한나라당 당내경선 구도는 박근혜-이명박 양자 대결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또 다른 유력주자인 손학규 경기지사는 0.5%의 지지율에 머물렀다. 홍형식 소장은 “청계천 특수를 누리던 이명박 시장의 선두진입 태세에 박근혜 대표가 10·26재선거 승리를 토대로 반격하는 상황”이라면서 “박근혜 대표도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주자의 치열한 경합은 한나라당의 내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 이 시장의 지지기반의 원천은 추진력과 행정력에서 비롯된 대중적 인기다.

반면 박근혜 대표는 지난 4·15총선 당시 빈사 상태에 빠진 한나라당을 건져올린 구세주였다. 물론 박 대표 역시 대중적 리더십의 토대 위에 당을 장악해왔다. 그것은 결국 당 혁신안 개정을 둘러싼 결전에서 보듯 친박 대(對) 반박 세력의 다툼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선후보 경선인단 구성 문제를 둘러싼 당 내분은 지도부의 오만과 일부 당직자의 과잉충성이 어울려 만들어진 자해극”이라는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의 비판이 이런 상황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2007년 대선과 관련해서 한나라당, 더 나아가 범보수 진영의 대표주자를 둘러싼 치열한 경합을 예고한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특징은 보수진영의 결집 움직임이다. 뉴스메이커는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어느 정당 후보가 대통령에 선출되면 좋겠는냐’는 질문을 별도로 했다. 50.1%가 ‘한나라당 후보를 찍겠다’는 대답을 했다. 열린우리당은 17.1%, 민주노동당은 4.2%였다. 이경태 메트릭스 코퍼레이션 정치여론조사본부장은 “보수진영의 분화, 즉 한나라당 분열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군소정당인 민주당은 4.0%, 새로 창당, 자민련을 흡수하는 등 기세가 등등했던 국민중심당은 1.7%를 기록했다. 이들 군소정당은 대선후보를 낸다고 하더라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정계개편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정당지지도 조사에서도 한나라당은 46.0%를 얻어 열린우리당의 20.3%를 더블스코어로 압도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지지도 격차보다는 한나라당이 마(摩)의 40%를 넘어 안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지지도 상승은 새로운 지지층의 형성을 의미한다. 지난 11월 17일 문화일보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공동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한나라당은 40%대 지지율을 확보했다.


집권여당에 대한 기대 접는 분위기

홍형식 소장은 “집권여당의 실정이 장기간 되풀이되자 집권여당에 대한 기대를 접는 분위기”라고 전제하고 “빈부격차 등에 대한 비판세력이 집권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자 성장에 대한 기대를 표시하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국사회과학데이터연구소 김형준 부소장도 “우리 국민은 정치지도자에 대한 기대와 지지성향이 일치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제하고 “한나라당의 두 후보에 대한 지지도 상승이 한나라당 지지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형식 소장도 “한나라당이 무엇을 잘 해서라기보다는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라면서 “이 두 사람은 또 성향이나 지지기반이 오버랩되지 않기 때문에 상승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반면 김무성 한나라당 전 사무총장은 “노선이나 정책의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당을 운영한 결과”라고 상승 원인을 분석했다. 수도권과 중산층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한 것은 이 계층에서 인기가 높은 이명박 서울시장의 경쟁력 상승과 결부된 결과로 보인다. 반면 사회의 안정화에 대한 기대는 박근혜 대표 몫이었다.

이번 조사에선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시장이 ‘동률’을 기록했지만 지지 구도와 내용은 전혀 다르게 나타난 것도 이를 방증하고 있다. ‘경제발전에 기여할 사람’에서 이 시장이 43.1%로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한 가운데 박 대표는 17.2%를 기록했다. 이는 고 전 총리의 21.4%에 미치지 못하는 기록이다. ‘사회적 갈등 해소와 국민통합을 잘 할 사람’으로는 박 대표가 26.8%, 이명박 시장은 16.4%를 기록했다. ‘빈부격차 해소와 사회적 분배를 잘 할 사람’에는 박 대표는 25.3%, 이 시장은 21.0%를 기록했다. ‘정치개혁을 잘할 사람’으로 박 대표가 20.4%, 이 시장이 28.6%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차기 대선후보의 경쟁력을 기준으로 볼 때 경제는 이 시장, 사회적 갈등해소와 국민통합은 박 대표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지표들은 박 대표와 이 시장이 연대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론조사 어떻게 했나

‘뉴스메이커’의 대선 관련 여론조사는 경제·사회분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메트릭스 코퍼레이션이 처음으로 정치분야에 도전, 조사원이 직접 전화통화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11월 15일부터 11월 18일까지 3일 동안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만 20세 이상 남녀 1014명을 대상으로 했다. 학력·직업·소득·출신지·연령 등을 인구비율에 따라 나눠 조사했다. 표본은 지역별 인구수 비례 무작위 추출 방법을 사용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다.

뉴스메이커는 서울시장 및 차세대 정치인들에 관한 여론조사를 연속으로 실시, 다음호에도 소개한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 대한민국 새신문!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미디어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정치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