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KSDC 공동여론조사] ‘청계천 효과’ 이명박 지지율 6개월새 9%P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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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서울신문의 새해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차기 대선 후보 호감도 순위는, 지금 국민들이 정치 지도자들에게 갈구하는 시대정신이 무엇인가를 웅변한다.

고달픈 장기 경기침체의 시대에 ‘청계천 복원’으로 만져지는 성과는 어느 대선후보를 일약 선두로 밀어올릴 만큼 우람한 상징성을 발휘하고 있다.‘청계천 지지’로 국민이 정치인들에게 경고하는 것은 무엇인가.‘이제 말은 그만하고 성과를 보여달라.’고,‘공허한 이념 놀음 그만하고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해달라.’고 호통치는 건 아닐까. 과격한 추론이 아니라 실증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조사 결과 우리 국민 2명 중 1명(48.8%)이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자질로 ‘국가 경영능력’을 꼽았다.‘일하는 대통령’을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도덕성(16.9%), 개혁성(8.5%), 서민성(5.2%) 등의 고전적 미덕이 후순위로 밀린 데서도 국민들이 얼마나 삶에 지쳐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 과제로 ‘경제 발전’(64.3%)이 압도적으로 꼽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속적 개혁(6.0%), 지역주의 청산(3.9%), 남북문제 해결(2.9%) 등 현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과제에 대해서는 대다수 국민들이 시큰둥했다.

이명박과 고건의 변증(辨證)적 격차

국민 다수는 현재의 시대정신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로 적어도 현시점에선 이명박 서울시장을 가장 많이 마음에 두고 있는 모양이다. 이 시장은 2005년 6월 조사에서 13.4%의 지지율로 고건 전 국무총리,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 거의 더블스코어 차이로 뒤져 있었다. 그랬던 그가 불과 6개월 만에 1위(22.6%)로 도약한 것은 10월부터 시작된 ‘청계천 특수’가 아니고는 설명이 안된다. 실제 이 시장은 이번 조사에서 ‘경제발전’이란 과제에 가장 적합한 후보로 꼽혀 ‘청계천’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음이 수치로 확인됐다. 이 부문에서 그는 28.8%의 지지율로 고 전 총리(17.9%)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영남 출신으로 한나라당 소속인 이 시장이 지역과 이념을 막론하고 고른 지지를 받고 있는 점도 시대정신의 발현으로 해석할 만하다. 그는 호남을 제외한 거의 전 지역에서 수위를 차지했으며, 호남에서도 10%의 지지율로 이 지역 출신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13.6%)에 근접했다. 또 이 시장은 중도·보수성향의 응답자들한테서 최고의 지지를 받았으며, 진보성향도 고 전 총리(22%)에 이어 이 시장(17%)을 두번째로 지지했다.

특히 대통령이 갖춰야 할 자질로 ‘개혁성’을 꼽은 응답자 중 가장 많은 40%가 이 시장을 선호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개혁을 노래 삼아온 여권의 정 장관(12%)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6%)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국민이 바라는 개혁은 ‘이념형’이 아니라 ‘생활밀접형’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그동안 부동의 1위를 구가하던 고 전 총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고 전 총리는 현직이 아니라는 불리함 못지않게 청계천과 같은 가시적 업적이 없다는 점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그의 안정적 이미지는 현직 대통령의 약점과 비교되면서 반사 이익을 안겼지만, 그것만으로는 국민에게 장기간 감동을 유지하기가 녹록지 않은가 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이명박식 반사이익이 ‘정(正)→반(反)’에 그치지 않고 청계천을 통해 합(合)이라는 변증법적 완성에 도달했다면, 고 전 총리는 아직 ‘반’을 뛰어넘는 ‘합’을 창출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기로에 선 박근혜와 정동영

2005년 4·30 재보선 승리로 지지율이 24.7%까지 급등, 선두를 바짝 추격했던 박근혜 대표는 이번 조사에서 14%로 급락했다. 한 자릿수로 떨어진 정동영 장관의 하락세는 더욱 참담하다. 당내 기득권 주자의 경우 본선보다는 안정적 예선 통과에 급급한 나머지 전체 민심보다는 핵심지지층에 경도되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두 사람의 행보는 그런 인상이 짙다.

정 장관은 철저히 ‘이인제의 추락’을 반면교사로 삼는 눈치다.16대 대선때 여권에서 줄곧 대세론을 구가하던 이인제 의원이 막판에 노무현 후보에게 뒤집힌 게 핵심 지지층인 진보세력의 버림을 받았기 때문으로 정 장관측은 판단하는 것일까. 민주화운동 경력이 옅은 편인 정 장관은 진보세력에 밀착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인제 추락’의 진정한 원인은 이념적 약점보다는 대국민 여론조사에서 만년 2위를 면치못했던 그의 본선 경쟁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더 유력하다.

박근혜 대표 역시 사학법 개정안 반대 등을 강단있게 밀어붙이고 있지만 여론조사상으로는 역효과로 입증됐다. 대여 투쟁을 통해 당내 입지를 강화하는 전술은 이회창 전 총재가 5년 내내 구사했던 방법이다. 덕분에 이 후보는 정쟁의 이미지가 덧씌워져 대국민 이미지에서는 손해를 봐야 했다.

두 사람은 이번 조사에서 ‘탈출구’를 찾을 수도 있다. 대통령의 자질 중 ‘서민성’ 항목에서 ‘공주’ 이미지의 박 대표는 40.7%로 뜻밖에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세련된 인상의 정 장관 역시 18.5%로 이 시장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국민들은 두 사람이 정쟁이나 이념에 몰입할 때보다 지난 총선 때 점퍼 차림으로 시장바닥을 훑던 모습에 더 큰 감흥을 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단의 변모가 요구되는 김근태와 손학규

여권의 김근태 장관과 한나라당 소속의 손학규 경기지사는 이번 조사에서 각각 1.4%와 0.3%라는 초라한 지지율을 면치 못했다. 둘다 오래전부터 언론에 대선주자로 오르내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지도 탓으로만 돌리기도 멋쩍은 지경이다. 최근에야 대선주자로 거론되기 시작한 이해찬 국무총리(2.7%)보다도 지지율이 낮은 현실은 보다 솔직한 분석을 요한다. 아무리 민주화운동 경력이 화려해도 뚜렷한 업적이나 강력한 카리스마를 창출해내지 못한다면 민심을 사로잡기에는 역부족이다는 것을 방증하는 게 아닐까.

정리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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