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호남 총공세'…효과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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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임경구/기자]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가 9일 동교동 자택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아갔다. 이날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광주로 총출동했다. 선거지원 차원에서 전국을 돌고 있는 당 지도부가 특정 지역에서 1박2일을 머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에는 정 의장과 김 대표 내외가 "어버이날을 맞아" 김 전 대통령을 찾아간 데 이어 한명숙 국무총리도 "취임인사차" 예방했다. 오는 13일 정 의장은 또 한번 호남을 방문할 예정이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는 당ㆍ정ㆍ청 주요인사들이 총출동할 예정이다.
  
  "30~40대가 선거 이야기 하도록 하는 게 우선"
  
  강금실 후보 캠프의 오영식 대변인은 김 전 대통령 예방과 관련해 "김 전 대통령은 강 후보가 평소 존경해 왔던 분으로 국가지도자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예방이 이뤄진 것"이라며 "그 만남을 선거나 정치적으로 활용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4월에 이미 예방이 예정된 일정이었고 조용히 인사만 드리고 올 생각이었지만 의도치 않게 언론에 노출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 후보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호남 표심잡기' 총공세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광주 지역 열린우리당의 정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선 것으로 나온 것에 고무된 데 따른 것이다. 목적은 한 가지다. 광주를 발판으로 수도권에 거주하는 호남출신 유권자들에게 "다시 한번 결집해달라"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서다.
  
  우상호 대변인은 "광주가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다"면서 "역대 선거에서 광주의 표심은 수도권 표심과 직결됐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30대의 개혁적 유권자층, 호남권 개혁층 등 열린우리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복원되면 선거는 모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전통적 지지세력의 복원이 선거의 기본이라는 점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서울신문> 이 이날 보도한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의 심층 여론조사에서 서울거주 호남 유권자들과 진보세력을 자임했던 386세대 등 진보층이 부동층으로 떠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점도 이를 보여준다.
  
  호남 출신의 경우 강 후보 36.7%, 오 후보 18.1%로 2배 정도 앞서고 있지만 부동층 규모가 36.7%에 달했다.
  
  또한 진보층이라고 답한 유권자들의 강 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32.6%로 오세훈 32.8%과 비교해 거의 같거나 다소 낮았다. 보수계층의 오세훈 후보 지지도가 50.2%로 강후보 13.4%를 4배 가까이 앞선 것과 대조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진단에 따른 '처방'이 주효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전통적 지지세력 복원이 목적이라면 호남 출신에 대한 구애보다는 30~40대의 개혁적 유권자를 중심에 두고 전략을 짜는 게 효과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연구실장은 "전통적 지지세력 복원의 방법은 30대가 술자리에서 선거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관건"이라며 "우선적으로 이들의 지지를 끌어내고 40대와 여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호남에 원적을 가진 사람들을 묶기 위해 DJ를 찾아가는 등의 행위는 그다지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 실장은 "이미 서울에 거주하는 호남출신 유권자들의 50%는 이미 강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며 "나머지 20%가 오세훈 후보나 무당파층을 형성하고 있지만 이는 시대가 변하면서 자신의 출신 지역을 떠나 인물을 보고 선택하게 되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호남 분위기가 수도권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려면 수도권에서 (민주당 등과 연대해) '반(反)한나라당 전선'이 성립돼야 가능하지만 지금 구도는 '오세훈 대 강금실' 대립이어서 그런 전제가 성립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도 "호남의 변화를 보기는 잘 본 것이지만 남은 시간이 촉박하고 광주 진보개혁층을 결집시킬만한 자극도 약하다"면서 "미래비전과 내년 대선의 비전 등에서 이들을 주목시킬만한 명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호남에서 무언가 변화의 조짐은 있지만 그것이 수도권까지 밀고 올라올지는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홍 소장은 또한 "전통적 지지층 결속이라면 단순히 호남출신 유권자들보다는 30~40대 개혁적 유권자들에게 소구할 수 있는 방안에 강조점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데 우리당 사람들만 몰라"
  
  여당의 행보는 전날 발표된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나온 처방의 힌트와도 사뭇 배치된다. 이에 따르면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올라가지 않는 까닭에 대해 31.5%가 "국정운영의 무능함이 드러나서", 27.3%는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이나 철학에 공감하지 않아서", 21.6%가 "남을 비판하고 공격하는 독선적인 모습이 싫어서"라고 답했다.
  
  여론은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무능과 독선을 질타하고 있는데 열린우리당은 '지방권력 심판론'을 들어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화살을 돌리면서 '책임회피'를 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홍형식 소장은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국정운영에 대한 반성적 평가 쪽으로 가는 것이 맞다"면서 "후보들은 그렇게 하고 싶겠지만 당 사람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지율 정체의 원인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아는데 우리당 사람들만 모르고 있다"면서 "중앙당이나 차기 대선주자 그룹이 지방선거는 진다는 전제 하에 면피용으로 선거에 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소장은 특히 "여당이 지방권력 심판론을 들고 나오는 순간 그 대척점은 중앙권력이 될 수밖에 없어 노 대통령이 선거의 한 가운데로 들어오게 된다"며 "선거 전략적인 측면에서만 봐도 지방권력 심판론은 가장 큰 패착"이라고 말했다.
  
  정책적 측면에서도 그는 "여당 수도권 후보들이 그린벨트 해제 등 규제 철폐를 내놓고 있는데, 이는 1~2%에 해당하는 토호들에게만 환영받을 일이지 전체적으로는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임경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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